집을 짓기로 결정했다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 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일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설계사와 건축사,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등의 차이점에 대해 살펴보고 어떤 설계자를 선택해야 할지, 설계비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설계사와 건축사
일반적으로 혼동하는 용어 중의 하나가 설계사와 건축사입니다. 설계와 감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회사, 건축사사무소를 설계사라고 합니다. 설계를 하는 '사람'은 설계사가 아니라 건축사입니다. 즉 설계사 또는 건축사사무소(회사)에서 일하는 설계 전문가가 건축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많은 분들이 건축사를 설계사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용어입니다.
건축학과를 졸업했다고 바로 건축사가 되는 것은 아니고, 국토교통부에서 시행하는 건축사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건축사가 될 수 있습니다. 건축사는 주로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를 수행합니다.
2.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설계는 집을 짓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정 중의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설계의 단계에서는 기본계획, 허가도서 작성, 인허가 업무, 실시설계 등의 단계를 거치며 구체화됩니다. 설계는 크게 보아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로 구분됩니다. 이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겠습니다.
기본계획 단계에서는 땅의 모양과 입지에 맞는 집의 규모, 배치, 형태, 공사 방법, 공사 기간, 개략적인 공사비 등을 결정하게 됩니다. 기본계획을 통해 기본설계를 하고 해당 토지에 건축물이 안정적으로 세워지기 위한 토지설계와 건축물의 안정성을 위한 구조설계까지 마무리되면 건축사는 건축허가를 받기 위한 허가도서를 작성하고 이를 기관에 제출하여 인허가를 받습니다. 이때 건축허가를 받기 위한 설계를 '기본설계'라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집을 지으려면 기본설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자재를 사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집을 지을지 세밀한 부분까지 정해주어야 합니다. 이를 '실시설계'라고 합니다. 흔히 말하는 '시방서'라는 것도 실시설계 단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실시설계 없이 허가도서만으로 집을 짓는 경우도 흔히 있습니다. 이런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자재와 디테일을 적용할지는 시공사에서 임의로 결정하게 됩니다. 시공경험이 풍부하고 책임감 있는 시공사를 선정하여 모든 과정을 믿고 맡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건축은 필연적으로 하자 발생의 위험이 있습니다. 준공 초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딘가 보수할 일은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흔한 일이 배관 문제입니다. 어딘가 누수가 발생했는데 이것이 배관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지붕이나 벽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때 건물 속의 배관이 어느 위치에 어떤 모양으로 매립되어 있는지 모른다면 보수에 큰 시간과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설계도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것이 실시설계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많은 분들이 설계비 부담 때문에 허가도서까지만 작성하는 선에서 설계를 마무리합니다. 그런데 이런 허가도서만으로 시공사에 견적을 의뢰하면 시공사마다 견적의 차이가 지나치게 커지게 됩니다. 어떤 시공사는 비싼 단열재를 적용하고 또 어떤 시공사는 가장 싼 단열재를 적용합니다. 창호나 인테리어 자재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견적만으로는 어떤 시공사가 제대로 공사를 할 수 있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부실한 설계도서로 인한 문제는 장기적으로 보자면 훨씬 더 큰 비용을 치르게 하는 큰 문제가 됩니다. 초기 비용이 부담되더라도 가급적이면 실시설계까지 거쳐 제대로 설계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는 훨씬 나은 것입니다.
3. 어떤 건축사를 선택해야 할까
어떤 집을 짓든 건축주와 건축사는 소통이 잘 되어야 합니다. 건축주가 생각하는 건축의 방향성과 건축사가 생각하는 방향성이 서로 다르다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며 잘 소통해야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멋진 건물을 짓고 싶다면 유명한 건축사를 찾아가 의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경우 건축주는 건축사에게 많은 재량권을 주어 건축사가 마음껏 창의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다만 고액의 설계비와 시공비가 필요하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한 유명한 건축사라고 하여 반드시 튼튼하고 하자 없는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보통 눈에 확 띄는 멋진 건물을 설계하는 분들은 자신의 디자인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크기 때문에 시공상의 어려움이나 하자의 가능성 등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마음에 드는 건물이 있다면 찾아가서 어떤 건축사사무소에서 설계했는지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먼저 집을 지은 지인이 있다면 물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런 다음 해당 건축사사무소의 홈페이지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 회사의 다른 포트폴리오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이미 집을 지은 건축주의 후기까지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수많은 건축사사무소가 있고 저마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유튜브에서도 건축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포트폴리오를 확인하고 본인의 상황과 성향에 맞는 집을 설계해줄 만한 건축사인지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몇 군데의 건축사사무소를 추려서 전화로 상담신청을 합니다. 건축주가 상담신청을 하면 건축사사무소에서는 토지의 지번과 어떤 집을 짓고 싶은지를 물어봅니다. 상담 날짜와 시간이 정해지면 건축사사무소에 방문하여 건축사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면 됩니다. 이때 5~10만원 가량의 상담비를 요구하는 건축사도 있습니다. 건축사로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상담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리한 상담비가 아니라면 상담비는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봅니다.
건축사사무소에서 해당 토지의 위치와 모양, 용도 등을 고려하여 대략적인 건축물의 크기와 모양을 잡아주는 '가설계'를 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설계여서, 실제로 설계에 들어가면 가설계와는 전혀 다른 건축물이 되는 경우도 흔히 있습니다. 기본설계만 해주는 건축사의 경우에는 가설계가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설계비용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경우라면 가설계가 본인이 원하는 것과 가까운지 고려하고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4. 설계비
설계에 들어가는 비용은 건축물의 규모나 설계의 범위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단독주택의 경우 가장 간단한 허가도서를 작성하는 데에 부가세를 제외하고도 최소한 1,000만원 이상의 설계비가 들어갑니다. 그러나 1,000만원 가량의 설계비라면 앞서 서술한 기본설계비용이라고 보면 됩니다. 보다 디테일한 설계를 하려면 설계비는 그보다 훨씬 더 많다고 보면 됩니다. 소규모 건축물의 경우 실시설계까지 포함하여 2,000~3,000만원 정도의 설계비가 일반적이고, 디자인이 들어간 설계는 비용이 그보다 더 많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설계비는 일반적으로 계약금으로 10% 가량을 지불하고, 기본설계를 마치고 건축허가 들어갈 때, 실시설계를 마치고 시공사 견적을 받을 때, 준공허가가 완료되었을 때 등으로 나누어 지불하게 됩니다. 이것은 건축주와 건축사가 협의하여 어느 정도 비율로 나누어 지불할지 결정하면 됩니다.
맺음말
설계자를 선정하는 일은 집짓기에서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잘 소통할 수 있는 건축사를 선정하여야 건축의 과정이 수월하게 진행됩니다. 설계사와 건축사를 구분하는 것은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본인의 집을 지어줄 건축사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설계도서의 내용을 건축주가 정확하게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으나 최소한 기본설계와 실시설계의 차이를 이해해야 설계비가 적정한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건축에서 시행착오란 시간과 비용을 의미합니다. 집을 짓기 전에 미리 잘 알아보고 많이 공부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많은 것을 알고 시작해서 즐겁고 편안하게 집을 지으시기 바랍니다.